반려 선언


2020. 02. 10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











인간과 삶을 둘러싼 다양한 생명, 환경, 서사와의 반려



도시에 봄이 왔을 때, 아지랑이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였는지... 한여름의 불볕더위로 뜨겁게 달구어진 아스팔트 위에 피어나는 것을 진정한 아지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 현상의 중심에서 ‘반려 감각의 상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자연이 무자비하게 헝클어져 버린 것은 ‘더불어 사는 삶’의 원칙에 거역한 결과이다. 홀로 존재할 수 있는 개체는 없다. 잘 보이지 않을 뿐, 모든 개체는 공생체이다. 사람의 내장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우글거리고 있고, 물이나 빛에 수명을 의존하고 있다. 우리는 생명으로서, 우리의 근거를 다른 생명과 환경에 의탁하지 않고 살아갈 수가 없으며, 가장 하찮게 여겨지는 미생물에게조차 그러하고, 홀로 존재할 수 있는 개체란 없는 것이다. 잘 보이지 않을 뿐, 모든 개체는 ‘공생체’이다. 생물학적으로도 수많은 세균과 박테리아가 압도적으로 우리 몸을 장악할 뿐 아니라, 세속적인 삶에서도 인간은 인간들끼리가 아니라, 기계, 동물, 복제생물들과 역사와 문화를 함께 만들어 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테크노, 종교, 예술에 힘입어 반려종의 카테고리에 들어올 멤버들은 계속 추가될 것이기에 경쟁과 공존(죽이기와 돌보기)의 모순적인 상황은 더욱 증폭할 것이다. 이 상황을 풀어나가는 데에 ‘인간’이라는 신화만으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인간을 떠받치고 있는 다양한 맥락을 읽고, ‘반려’라는 실천적인 의미로 다시 묶어야 할 때다. 


이러한 메시지는 한국 굿의 제일 맨 뒤에 오는 ‘뒷전거리’에서 잘 드러난다. 신들을 불러들이는 앞전거리와 달리, 잡스러운 망령들을 달래어 되돌려 보내고자 만신이 다양한 캐릭터에 자신의 몸을 실어 춤추고 노래하며, 망자들의 인간사를 회고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샤먼은 그렇게 이미 한 번 살아보았고 또한 한 번 죽어보았던 개체들에 ‘접붙어’ 그 이야기를 듣고, 전하고, 위로한다. 잊고 있던 ‘사소한 것’일수록 굿판은 깊게 공명한다. 현대적이며 현재적인 양식으로 굿판을 재구성해 보려 한다. 





Copyright © BluePoet 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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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연출   예효승
음악감독   김성배

연주자   황영권,허준혁